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연말에 융통성이 없을 거 같은 사장이 검은 날도 쉬기로 해서 연휴가 생겼다.

주말에 동기들끼리 밥 먹으면서 연휴 때 뭐할 건지 물어보니 여자 친구랑 여행 간다, 한국에 잠깐 다녀온다 등

각자만의 계획들이 있었다. 나는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연휴라 관광지 가면 사람들이

북적거릴게 뻔했는데 그걸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여행은

비수기 때 웬만하면 혼자 다니거나 아니면 둘만 다닌다.

장소를 정하고 있는 도중에 동기형이랑 친구인 계열사 선배가 꼰다오 가자고 했다.

처음 들어봤는데 '세계 10대 자연경관에 뽑혔다, 안젤리나 졸리가 왔었다' 그러길래

검색해보니 아직 사람들한테 덜 알려졌는지 네이버에는 별 다른 정보는 없었고 구글링 해보니

설명이나 사진 등을 볼 수 있었다. 왠지 한적해 보였고 사람들도 많이 없을 거 같아서 나, 동기형, 계열사 선배

3명이서 가기로 했다. 비행기 표 구하고 숙소를 예약하려고 보니 크게 2군데 있었는데

식스센스랑 사이공 리조트였다. 식스센스는 1박에 60만원대인 반면에 식사 제공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었고

사이공 리조트는 4인실 1박에 10만원대인 반면에 식사는 알아서 해결해야 했고 당연히 식스센스보다

질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3명 다 액티비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굳이 1박에 60만원을

지불할 필요성이 없었고 무엇보다 식스센스 주변에 식당이나 슈퍼 같은 편의 시설이 없었다.

사실 있을 필요도 없지만. 결국 사이공 리조트를 2박 3일 예약했다.

호치민에서 1시간 정도 날아서 꼰다오 공항에 도착했다. 당연히 공항이 작았는데 무슨 버스터미널에 온 줄 알았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픽업 차량들이 많이 와 있었다. 차 타고 창문으로 밖을 보니 날씨가 화창하지는 않았다.

비가 오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흐릴 뿐 있는 동안에 비는 오지 않았다. 리조트 도착 후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있어 기다리는 시간에 리조트 식당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베트남인들이었고

한국인, 서양인들이 몇몇 있었다. 한국인들은 가족끼리 온 거 같았는데 단란해 보여서 좋았다.

체크인하고 대충 짐 풀고 뭐를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왔는데 우선은 근처를 돌아보기 위해

리조트 밖으로 나갔다. 입구에 웬 아저씨가 오토바이 대여한다면서 서 있었다. 공항에서 오면서 오토바이 타고

드라이브하면 좋을 거 같다 싶었는데 마침 대여가 가능해 바로 3대 빌렸다. 가격도 3일 빌리는 거치곤

굉장히 저렴했다. 이 아저씨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는데 현지 주민이었고 영어를 하지 못 했다.

당시에 내가 생활/베트남어 회화가 괜찮은 수준에 이르렀을 때라 베트남어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외국인이 베트남어를 하고 대화가 되니 신나 하면서 '거북이 알 낳는 시즌이 아니고, 차량 투어 있긴 한데

너희들은 오토바이로 다니면 된다' 등등 여러 가지를 알려줬다. '전화로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되냐' 고 하니

'당연하다' 라며 전화번호 가르쳐 주길래 저장했다.

 

 

우선 시장 근처에서 물이랑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호텔에 뒀다.

 

람이 상당히 불었는데 잘못하면 오토바이 탄 채로 전복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3~40분 동안 갔는데

산이랑 도로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위기상황을 맞이했는데 오토바이 기름이 별로 없었다.

리조트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돌아갈 까 말까 하다가 조금 더 가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싶어서 가보니 동네가 있었는데 마침 주유소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는데 사무실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한테 다른 주유소가 있냐고 물어보니 하나만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기름 떨어질 때까지 오토바이 타고 이후에는 손으로 끌고 가는 걸로 해서 리조트로 돌아오는데

정말 운 좋게도 무사히 리조트까지 올 수 있었다. 리조트 근처에도 주유소가 있었는데 거기도 문 닫았길래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니 기름통을 들고 왔다. 기름값 지불하고 물어보니 섬이라 공급이 원할치

않아 정해진 시간에만 영업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문 닫는다고 했다.

마침 저녁시간도 됐겠다 근처에 괜찮은 식당 없냐고 물어보니 맛집 있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해산물 파는 식당이었는데 베트남인들만 몇 명 있었다. 이것저것 시켰는데 맛집이라고 하기엔 좀 아니었다.

그냥 '관광지에 있는 식당은 어딜 가나 평타 이상은 된다' 정도라고 할 수준이었다.

가격은 비싸지 않았고 일반 베트남 식당 수준이었다. 리조트로 돌아와서 시장에서 사 온 과일 먹고

노트북으로 게임 좀 하다가 잤다.

둘째 날, 1월 1일이라 새벽에 일어나서 해 뜨는 거 보려고 했는데 늦잠 잤다.

 

 

근데 날씨가 이 모양이라서 새벽에 일어났어도 제대로 못 봤을 듯했다. 아침 간단히 먹고 뭐할지 생각했는데

각자 다니기로 했다. 사람마다 여행 즐기는 방법이 다르고 같이 왔다고 해서 반드시 같이 다니라는 법은

없으니 하고 싶은 거 하기로 했고 점심시간에 다시 모이는 걸로 정했다.

리조트를 나와서 그냥 발이 가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연휴라서 그런지 한적했는데 사람이 너무 안 보여서 만약에 안개가 진하게 있었으면

 

 

사일런트 힐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여기가 꼰다오인지 동해안 해수욕장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사람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었다.

계속 걷다 보니 더워서 리조트로 돌아와서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리조트 주변으로

문화재 건물 비슷한 건물들이 있었다. 동네 중앙으로 가니 마을 주민들이 있었다.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꼰다오에 관광 온 서양인들이 다 여기 있나 싶을 정도로 손님들이 전부 서양인들이었다.

점심시간이 됐고 다 같이 모여서 어디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입구에 아저씨 있길래 물어보니 공항 쪽으로

가다 보면 해변을 표시하는 표지판 있는 데 따라 들어가면 좋은 곳 나온다면서 거기로 가보라고 했다.

거기 식당 있냐고 물어보니 '맛집' 있다고 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출발하기 전에 마침 주유소가 운영 중인 시간이라

기름 가득히 넣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고 초행길이다 보니 조금 헤맸는데 표지판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도로 표지판이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져 땅에 박혀 있었다. 표지판 색깔이 땅 색이랑 비슷해

못 보고 지나쳤다가 공항이 보이길래 너무 멀리 온 거 같아 돌아가는 도중에 겨우 발견했다.

아무나 발견하지 마라고 일부러 그렇게 보호색처럼 보이게 만든 거 같았다.

들어가서 오토바이 아무 데나 주차해놓고 배고파서 식당을 우선 찾았는데 1군데 영업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죄다 오징어였고 cơm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맛도 그저 그랬다.

맛집이라며...??

 

식사 끝내고 해변으로 갔다. 수영하러 온 게 아니라 그냥 걷기로 했다. 관광객은 서양인 2 가족 정도만 있었다.

 

 

리조트로 돌아올 때 바람이 너무 심했는데 갑자기 헬멧이 벗겨져서 날아가버렸다.

 

 

절벽 쪽으로 떨어졌는데 주으려고 하니 선배가 위험하다길래 그냥 리조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다가 혹시나 공안한테 걸려서 벌금 낼까 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공안은 없었고 가는 길에 헬멧 파는 곳이

있어서 아무거나 사이즈에 맞는 거 샀다. 도착해서 좀 쉬다 보니 저녁 시간이라 아저씨가 추천해 준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무난한 수준이었다.

꼰다오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생각하다가 이 동네에도 왠지 여자 있는

가라오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젯밤 오토바이 타고 가는 여자를 봤는데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동기형과 선배는 '설마' 라며 믿지 않았다.

직접 찾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아 든든한 지원군인 아저씨를

 

소환했다. 가족 가라오케 말고 여자 있는 가라오케 있냐 물어보니 따라오라고 했다.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아저씨가 길가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길에 있던 동네 사람한테 뭔가를 묻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따라오라고 하길래 가보니 허름한 가라오케에 도착했다. 살짝 불안했는데 갑자기 뒤통수쳐서 장기 팔리거나

아니면 새우잡이 배에 팔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잠시 뒤에 여자 3명이 들어오긴 했는데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여자가 아닌 딱 봐도 놀고 있었던 아무 동네여자들을 데리고 온 듯했다. 이야기하다가 맥주 조금만 마시고

노래만 짧게 부르고 나왔다. 오래 있고 싶진 않았다. 이렇게 꼰다오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났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하고 시간이 남아 리조트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 참 인상 깊었는데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이렇게 넓은 카페를 본 적이 없었다. 서빙하는 알바생이 엄청 고생하겠다 싶었다.

대화하다가 아저씨한테 오토바이 반납하고 팁을 챙겨줬다.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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