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여자 친구를 딱 1명 만들어봤는데 정말 우연찮게 상황이 만들어졌었다. 한동안 여자 친구를
만드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거의 포기한 상태였고 선배한테 베트남 여자와의 안 좋은 이야기를
하나 들은 게 있어서 그냥 운에 맡기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떤 이야기냐 하면, 예전에 어떤 선배(베트남 왔을 땐
이미 퇴사)가 있었는데 베트남인 여친이 있었다고 했다. 중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선배가
여친한테 이별을 통보했는데 다음 날 여친 가족들이 집에 몰려와서 여자 가지고 논 거냐며 단체로 때리고 물건을
다 훔쳐가고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다. 그 선배는 충격 먹고 바로 베트남을 떠났다고 했다.
3개월 만에 사수가 우리 공장에 왔었다. 이 양반이 나 혼자 공장을 관리하기 시작할 때는 매주 오더니 점점 그 기간이
늘어나 얼굴 잊을만하면 찾아왔다.(얼굴 잊기 전에 내가 사수 공장에 간 것도 있긴 하지만) 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사수 : 사장님이 한국어 할 줄 아는 직원 뽑으란다.
나 : 굳이 이제 와서 왜 뽑으라고 합니까? 인건비 낭비인 거 같은데...
사수 : 지난주에 임원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니까 뽑아.
현장 직원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위해 뽑으라고 했다는데 현장에서 정말 업무적인 이야기만 했으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60 넘게 먹은 사장이 뽑으라는데 20대 사원이 대들기도 뭐하니 인사 직원한테 지시했다. 인사 직원이
의아해하면서 왜 뽑냐고 물었는데 다른 설명 없이 사장이 지시한 사항이라 답해줬다.
1주일 뒤에 면접을 봤는데 40대 중반 아줌마가 왔다. 자기소개했는데 한국인이 면접 온 줄 알았다. 3년 정도 한국에서
일했고 10년 정도 호치민 한국 회사에 있디가 퇴사하고 관광 가이드했다고 말했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냐고 물으니
고향이 여기라서 자리 잡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이 착각할 정도면 능력면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한편으로 걸리는 게
있었는데 급여였다. 희망급여 물어보니 동네 시세보다 몇 배를 더 불렀는데 그만큼은 못 주고 나중에 연락 준다고 하고
돌려보냈다. 사수한테 말하니 당연히 금액이 과하다고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했다.
3일 뒤에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찾아왔다. 한국어가 조금 어눌했는데 대충 알아먹긴 했다. 3년 동안 한국에서 일했고
역시 여기가 고향이라 자리 잡고 싶어 했다. 희망 급여 물어보니 사무실 직원 초임 급여보다 오히려 적게 불렀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돈은 별 신경 안 쓰고 그냥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 돌려보냈는데 뭔가 꺼림칙해서 사람 보는
눈은 나보다 좋은 인사 직원이랑 같이 고민했는데 채용 안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이틀 뒤에 20대 여자가 왔는데 여자 친구가 될 사람이었다.
첫눈에 반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맨날 까무잡잡한 피부에 촌스러운 옷, 애 딸린 아줌마들 보다가 그나마 도시 물
먹은 듯한 외모에 피부도 나름 하얀(나보다 하얀 건 아니었음) 20대를 보니 반할 수밖에 없었다. 언뜻 보면
한국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 성격도 괜찮아 보였다. 바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일단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니 일단 면접을 진행했다.
나 : 자기소개하세요.
여자 :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이고 어느 대학교 졸업했고~~
나 : 한국어학과 졸업한 지 얼마 안 됐네요?
여자 : 네. 일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요.
나 : 고향이 여기가 아니네요?
여자 : 언니가 여기서 일하고 있어서 따라왔어요.
글로 적어서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된 것처럼 보이나 생각보다 한국어 능력이 좋진 않았다.
나 : 어학계열 전공이면 보통 2년 정도 유학 가던데 갔다 왔어요?
여자 : 아니요. 사정이 있어서 못 갔어요.
아마 경제적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면접 마무리 짓고 급여를 조금 높게 부르길래 한국어 능력이 기대치만큼
안 되니 그만큼 줄 수 없고 경력 쌓으면 급여는 인상되니 우선은 출근하라고 했다. 생각해보고 인사 직원한테
연락 준다고 하고 갔다.
제발 연락 와달라고 면접 끝나자마자 빌었다. 다음 날 오후, 내일부터 출근한다고 연락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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