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를 선보이려고 했으나 여독에 일찍이라도 잤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늦게 잤고 낯선 환경이라 자는 중간중간 깨서

 

뒤척이는 바람에 누군가 등에 올라타서 누르고 있는 거 같아 몸이 저절로 움츠러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피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 하지만 베트남까지 왔고 첫날에 퇴사할 수 없으니

 

찬물로 씻고 기숙사를 나섰다. 상수도 시설이 미흡한지 가끔씩 화장실 물이 약하게 나오거나 안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생수로 씻거나 그냥 안 씻고 출근했다. 그래서인지 복도 구석에는 생수가 항상 넉넉히 쌓여있었다.

 

공장이 외진 곳에 있어 베트남 직원들도 기숙사를 사용했는데 베트남 직원들은 1층을 쓰고 한국인들은 2층을 썼다.

 

기숙사 입구에 도착하니 선배들이 반갑게 맞이해줬고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기숙사에서 한국인 식당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렸다. 수많은 공인들이 출근하고 있었는데 걸어갈 때마다 우리 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아마 처음 보는 얼굴들이라 그랬을 거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거에 한 번 놀랐고

 

거의 여자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아직 공장문 열릴 시간이 아니라 공인들은 건물 옆이나 난간 같은 곳에 앉아서

 

열릴 때까지 기다렸는데 매번 걸을 때마다 마치 런웨이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식당 가니까 베트남 아줌마가 혼자서 한식을 차려주는데 사실 별 기대는 안 했다. 어학연수 때 한식이랍시고 나왔는데

 

흉내만 냈고 맛이 별로라 마지막 한 달 저녁은 대부분 바깥에서 사 먹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요리책보고 배웠다고 했는데 식당 차려도 될 만큼이었다. 아침은 계란 프라이에 몇 가지 반찬,

 

국 정도로 간단하게 나왔고 점심, 저녁은 메인 요리가 항상 2가지 이상 있었다. 라면도 끓여줬는데 내 입맛에

 

알맞게 해 줬었다. 공인식당에서는 음료수를 팔았는데 가끔씩 동기들끼리 마시곤 했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도 이동했다.

 

 

사무실이 굉장히 넓었는데 직원들이 자기 공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서 좋아 보였다. 처음에 사장실에 가서

 

교장선생님 훈화 같은 말 듣고 한국인 임직원들 하나하나 인사하러 갔다. 인사하면서 임직원들이

 

본인들 베트남 부하직원들 소개해줬다. 대략 한 달 정도, 본격적인 업무 투입 전에 간략하게나마 각 부서별 업무를

 

맛볼 수 있도록 계획이 짜여 있었다. 교육은 퇴근시간에 맞춰 끝났는데 저녁 먹고 베트남어 수업을 매일 받았다.

 

원어민 선생이 수업을 가르쳤는데 정식 베트남어 교사는 아닌 듯했다. 영어로 수업을 했는데 다들 베트남어를

 

처음 접해보는 거라 인사말부터 배웠다. 첫 2주 동안은 정말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고 했는데 이후로

 

서로 피곤하기도 하고 의욕도 떨어져 나중에는 서로 각자의 노트북만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차라리 베트남 여자를 한 명씩 붙여서 공부시키는 게 효율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매일 당일 배운 내용을 가지고 감상문 비슷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총무과장한테 메일 보내면 과장이

 

나머지 임직원들한테 메일 보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글 솜씨는 형편없으니

 

아마 ' 이 인간이 어떻게 면접 통과했지?' 라고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를 했고 나가기 귀찮은 사람 빼고 한국인들은 호치민으로 외박을 나갔는데 우리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 차원에서 약 한 달 정도 외박금지가 있었다. 베트남어를 할 줄 알았다면 공장 밖 가까운 곳에

 

바람이라도 쐬러 갔을 건데 아무도 할 줄 몰랐기에, 그렇다고 영어가 통한다는 보장도 없어서 금지기간 동안

 

각자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노트북 또는 낮잠과 함께했다.

 

이불 밖은 위험해

단체 회식이 잡혀있어 딱 1번 호치민에 가긴 했으나 외박은 안 됐고 회식 끝나자마자 회사차로 동기들만 다시 복귀했다.

 

복귀하는 도중에 우리끼리 한 잔 마시자는 의견이 나와 호치민 빠져나가기 전에 가게에서 맥주 한 박스랑

 

안주거리를 샀다. 처음으로 동기들끼리 단체로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베트남 직원들은 영어를 할 줄 알아 의사소통이 가능해 주말에 대화할 법도 했는데 당시에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아마 어색해서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본다.

 

 

하루는 동기들끼리 베트남에 왔으니 쌀국수 한 번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어떻게 나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유일하게 있었던 사람이 공장 입구에 항상 있는 경비였는데 영어를 전혀 못 했다.

 

사전 보면서 물어봤으나 성조 발음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 바디랭귀지와 다를 바 없었다. 다행히 개떡같이 말했으나

 

찰떡같이 알아들어 택시 불러주고 기사한테 상황 설명을 해줬다. 20분쯤 지나서 어느 쌀국수 식당 앞에 도착했다.

 

택시가 가버리면 안 되는데 싶어 어떻게 말했는데 먹고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식으로 알아들었다.

 

쌀국수라고는 군대 있을 때 고무줄 같은 것만 먹었고 제대로 된 건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국물 한 숟갈 맛보는 순간

 

 

 

 

 

 

 

 

 

 

 

 

 

 

 

 

 

 

'와~! 이게 쌀국수였구나!' 라며 다들 감탄을 연발했다. (조미료 맛에 연발했을 수도)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다가 나머지 교육을 받으러 다른 공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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