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재원

[추억팔이] 베트남 주재원 (사원/대리 퇴사 1)

En aru'din 2019. 6. 19. 16:22

살다 보면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인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지만 사원/대리들이 줄줄이 퇴사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 입사했을 때 사원/대리가 열댓 명 있었고 나이 차이가 3~5살 정도 나는 또래들이라 개인 시간에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주말에 같이 저녁 먹곤 했다. 업무적으로는 모르겠으나 사적으로는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 즐거웠다.

 

하나 둘 퇴사하다 절반 넘게 없어진 이후로 단체 활동은 없어지고 거의 각자 다니다시피 했다.

 

베트남에 와서 한참 교육받고 있을 때 사장이 잉여 한국인들을 줄여서 인건비 줄이자는 이야기를 가끔 들었는데

 

줄일 거면 왜 우리를 뽑았는지, 한국인들이 모자라 부서장급들이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게 보였는데 왜 줄이자고 하는지

 

의아했다.

 

 

사원 선배1이 시발점이었다. 임직원들이 이 선배를 안 좋게 보고 있었는데 업무 능력은 문제없었지만 태도나 예의 등이

 

안 좋았다고 했다. 베트남 여자(그저 그런)와 연애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뜬금없이 결혼 발표를

 

해버렸다. 더 가관인 건 상견례도 없었고 결혼식 당일에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며느리를 처음 만나는 거였다.

 

다들 어이없어 했는데 다른 선배들이 주말마다 이 선배를 불러서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이건 아닌 거 같다며 뜯어

 

말렸는데 결국에는 결혼하게 됐다. 안 그래도 한국인 인건비 많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떠드는 사장이 주거비

 

지원해줘야 하고 평판도 좋지 않다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기회를 아주 잘 살려 이 선배가 신혼여행을 갔다 오고 난

 

얼마 뒤에 해고를 했다. 내가 한국으로 오기 직전에 이 선배의 소식을 들었는데 ATM 생활하고 있다고 들었다.

 

 

동기1은 퇴사 이후로 연락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힘들 때 하소연하는 것도 잘 들어주고 본인이

 

하소연하는 것도 내가 잘 들어주고, 천사가 따로 없었는데... 인생 통틀어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다. 동기1은 한국

 

본사에서 일본 영업을 지원했고 베트남 와서도 일본 영업으로 발령받았다. 나는 신입사원이 자기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려면 적어도 2년 정도는 지나야 하지 않나 싶은 입장인데 같이 일하던 임원이 맘에 안 들었던지 3개월 지켜보더니

 

뜬금없이 자재부로 부서 이동시켰다. 자진 퇴사하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었는데 어찌 됐든 자재부에서 일을 하게 됐다.

 

본인이 원했던 직무와 거리가 멀다 보니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래도 자기 몫은 하고 있었다. 한 번은 현지 업체

 

잘못으로 자재가 수급이 잘 안돼 생산라인이 끊어져 Ship Date까지 출고를 못 맞춰 몇 백 박스를 A/F로 일본으로 보내면

 

금액이 얼마냐 계산할 정도로 난리 난 적이 있었는데 동기가 매일 같이 업체 나가서 보고 몇 번이나 밤샐 정도로

 

노력해서 겨우 자재 수급을 맞추게 된다. 회사에서 수고했다고 한 마디 했으면 좋았을 건데 입 꼭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동기1이 이제 자기 자리를 찾아가나 싶었는데

 

 

 

 

 

 

 

 

 

 

 

 

 

 

 

사원 선배2는 일본 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원어민급 언어 구사능력과 와이프가 일본 사람이었다. 업무 능력은 괜찮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안 좋아하던 이유가 있었다. 이 선배는 입사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하게 돼

 

주거비용을 비교적 일찍 지원받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안 좋게 보고 있었던 거 같았다. 동기들 중에 일본 영업이 2명

 

있었는데 아마 1명은 이 선배를 대체하기 위해서 뽑은 게 아닌가 싶었다. 퇴사하라고 권고가 들어왔고 영업부장과

 

면담을 하게 됐다. 영업부장을 난 정말 싫어했는데 업무시간에 게임을 하지 않나, 화장실 가서 폰으로 게임하고 있고

 

업무능력이라도 좋았으면 아무 말 안 했을 건데 무능력이라서 오죽하면 바이어가 이 사람이랑 같이 일해야 하냐며

 

컴플레인할 정도였다. 부장 본인도 모가지 날아갈 판이었는데 일단 본인부터 살고 봐야 하니 사원 선배를 내보내는

 

걸로 결정지었다. 사원 선배가 남아있으면 자기 목숨 부지하는데 지장이 생기니 부장이 사원을 팔아서 목숨을 

 

연명했다는 게 당시 사원/대리들의 주류 의견이었다.

 

 

동기2는 사원 선배2와 같이 일본 영업부에 있었다. 언어 실력은 원어민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일본인이 인증을 해준 일이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일본 여자랑 이야기하는 걸 가끔씩 목격했는데 일본어로 대화하다가 동기가 자기는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항상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곤 했었다.

 

베트남은 연휴고 일본은 그냥 평일일 때 카페에서 같이 음료수 마시고 있었는데 컴퓨터 보고 있길래 영화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바이어 이메일을 보고 있었다. 바이어 측에 쉰다고 미리 통보를 한 상태라 안 봐도 됐는데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자기 밥값 하는 정도의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약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사 업무

 

시스템이 맘에 들지 않은 찰나에 사원/대리들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이 회사는 아닌 거 같다 싶어서 퇴사했다.

 

 

대리1은 여자였다. 역시 일본 영업이었고 당연히 일본어를 할 줄 알고 뿐만 아니라 중국어, 영어도 가능했다.

 

나랑 부서도 다르고 공장도 달라 말 섞어본 적이 없고 회식 때 말고는 볼 수도 없었다. 들은 바로는 경력을 초과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영업부장을 싫어했는데 언젠가 본인 차례도 올 거 같다 싶어서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