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베트남 주재원 (의식주 2)
Le Thanh Ton에 있는 하나미즈키에 자주 갔었는데 선배가 소개해줘서 알게 됐었다. 회, 초밥을 전문적으로 팔고
나머지 메뉴들도 다양했는데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 가성비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지난번에 여행 갔을 때 없어졌다.)
5군에 있는 중식당도 갔었는데 화교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의사소통은 베트남어/중국어였고 메뉴판에
영어도 없었다. 한식도 먹었는데 동기들은 매일 한식 먹으니 싫어해 겨우 설득해서 한 번씩 갔다.
파크 하얏트 사이공에 맞은편 건물에 있는 스페인 식당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프랑스, 이탈리아 코스 요리도 갔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배부르게 먹지는 못 했다.
오후에 너무 더우면 에어컨 바람도 쐴 겸 5성급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셨다.
시원한 바람 쐬면서 차 마시고 책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디저트로 나오는 것들은 뭐... 먹을만한 수준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디저트가 서양식/베트남식 2종류가 있어 베트남식으로 먹어봤는데
내 입맛은 아니어서 그냥 차만 마셨다. 5성급에는 다 애프터눈 티 있는 줄 알았는데 간혹 없는 곳도 있었다.
잡지에서 본 거 같았는데 호치민에 메이드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굉장히 궁금했는데 일본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그런 곳일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주소 따라서 찾아갔는데 1군에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어서 그랬는데 카페가 허름한 건물에 있어서 슬럼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헤매다 보니까 외국인인 줄 알고
어디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와서 강도 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 약간 겁이 났었다. 어떻게 찾긴 찾아서 들어가 보니
카운터 여자가 메이드복 입고 있긴 있었다. 여자는 '외국인이 어떻게 여기 알고 왔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복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1층은 장난감이나 보드게임할 수 있도록 방이 있었고 위층은 바닥에 앉아서 음료수
마실 수 있게 해 놓았다. 2층에 앉아서 주문하는데 카운터 여자가 왔다. 손님이 많이 없어 혼자서 일 다하는 거 같았다.
혹시 무릎 꿇고 주문받나 싶었는데 그러지는 않고 그냥 허리만 대충 숙이고 주문받았다.
내가 상상했던 거와는 모든 면이 많이 달라서 실망했다.
AEON에 우동집이 괜찮다고 해서 1군에서 택시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첫 번째 갔을 때 줄이 너무 길이서
그냥 구경만 하다 오고 두 번째 갔을 때 먹고 왔는데 꽤 괜찮은 맛이었다.
여러 군데 많이 다니면서 느낀 게 뭐냐면 다들 음식 맛은 평타 이상이었다. 사람 적당히 있다 싶으면 거기가 맛집이었다.
집 경우에는 호치민에서는 항상 호텔에 있어서 별로 쓸 말이 없다. 어차피 씻고 잠만 자는 용도라...
내가 살고 있는 사택은 월세를 주면서 쓰고 있었다. 다른 공장에서 기숙사를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점인데
공장 안에 기숙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택을 쓰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중국인들이랑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공장 내 기숙사, 한국인들은 주택에서 살았는데
한 명씩 없어지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고 했다. 공장 내 기숙사에는 남아있는 중국인들이 쓰고 있었다.
집이 너무 컸는데... 재계약할 일이 있어 계약서를 보니 건평이 33평 정도 됐었다. 그것도 층마다 33평이다 보니까
2명이 살아도 넓은데 나중에 혼자 사니까 적막하고 무섭기도 했다. 불편한 게 있었는데 물 마시러 갈 때 2층 내 방에서
계단 타고 1층 내려가서 부엌 끝에 있는 냉장고에 가야 하는 거였는데 내 방에 작은 냉장고를 사서 놔두기에도
좀 그랬다. 그리고 상수도 시설이 미흡한 동네라서 항상 물탱크에 물 받아놔야 했는데 양수기 비슷한 기계 스위치가
부엌에 있었다. 어느 정도 물이 찼다 싶을 때 꺼야 하는데 깜빡하고 안 끄면 물 넘치는 소리가 나고 오래 지나면
뒷 집에서 직원한테 전화했고 직원은 나한테 전화해 스위치 꺼라고 했다. 물 받는 걸 깜빡해서 아침에 생수로
씻은 적도 있었다. 청소, 빨래는 다행히 공장 청소 아줌마 1명이 대신해줬다.
선배가 퇴사하고 나서 혼자 살 때, 집이 너무 크다 싶어 작은 곳으로 가고 싶어 다른 집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괜찮다 싶으면 출근 거리가 너무 멀었다. 뜬금없이 정원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내 돈 보태서 공장 근처에 2층 정원 있는 집으로 옮길까도 생각했는데 더 적막할 거 같고 정원 관리는 누가 할까 싶어
결국에는 퇴사할 때까지 여기서 살았다. 퇴사하기 전에 더 이상 한국인이 없으니 계약해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