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재원

[추억팔이] 베트남 주재원 (의식주 1)

En aru'din 2019. 6. 6. 12:43

베트남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옷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것을 입었는데 신입 교육 때 이 공장, 저 공장 옮겨 다니면서

 

잃어버렸고 현지 날씨와는 안 맞는 옷들이어서 몇 번은 현지에서 구매하기도 했다. 더운 나라라서 거의 반팔만

 

가지고 왔는데 햇빛이 따가워서 주로 긴팔을 입게 돼 휴가 때나 명절 때 한국에서 왕창 사 가지고 왔다.

 

 

처음 옷 살 때는 접근성이 좋은 백화점부터 갔는데 맘에 드는 게 없었고 가격도 쓸데없이 비쌌다. 1군에 있는

 

백화점부터 시작해서 3, 5 ,7군 등등 갈 수 있는 곳은 전부 가 봤는데 거기서 거기, 소득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동기가 3군 쪽에 옷가게 거리가 있다길래 단체로 간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백화점보다 더 아니었다.

 

한 번은 점심 먹으러 가다가 Hai Ba Trung 180~200번대 근처를 지나가게 됐는데 이 쪽이 그나마 덜 베트남스러운

 

옷들이 있어 괜찮은 편이었다. 이후로 옷이 필요하면 여기서 구매를 했다. Saigon Square (사이공 스퀘어)도 갔는데

 

가끔씩 보면 괜찮은 옷 있긴 했었다. 진품 만드는 공장에서 빼돌린 물건들을 여기서 싸게 판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상태를 봤을 때 그런 물건들은 소수였다. 대부분 가품이고 라벨만 그럴싸하게 붙여놓은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봉제공장에서 일하게 되면 바느질 선만 보더라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원래 가격 정찰제가 아니어서 살 때 흥정하는 맛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정찰제 가게들이 생겨났다.

 

흥정도 안 되고 품질도 딱히 좋지 않은 물건을 비싸게 팔길래 더 이상 안 가게 됐다.

 

 

음식 경우에는 쌀국수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주재원 초중반 시기부터 쌀국수를 안 좋아했고 선배가 퇴사한 이후로

 

지금까지 쌀국수 먹어본 적도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Pho를 싫어하는데 면이 흐늘거리는, 식감이 별로 없어서 싫었는데

 

더 싫어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다. 공장 내에 밥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침을 어떻게 해결하고 가야 했는데 바로

 

쌀국수를 먹고 가는 거였다. 파는 가게가 너무 많았는데 집 양옆으로 하나씩 있고 좀 더 가면 있고 더 가면 또 있고...

 

회사 가는 길에 한쪽 방향에만 적어도 10곳 정도 있었는 거 같았다. 그리고 선배가 쌀국수 마니아를 떠나서 중독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먹을 때마다 국물 한 방울도 안 남기는 사람이었다. 일요일 아침에도 자기는 호치민에서

 

쌀국수를 먹는다고 했다. Pho랑 Bun rieu를 번갈아 가면서 먹었고 한 번씩 Hu tieu nam vang이나

 

Bun bo Hue를 먹었다. 근데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자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거의 1년 가까이 아침마다 먹으니 정말 싫었다. 거기에 '시골이니까 육수는 제대로 뽑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조미료를 과다할 정도로 넣는 거를 몇 번 목격하고 Bun bo Hue 가게가 어느 날 문 닫았길래 직원한테 물어보니

 

가짜 고기 써서 영업정지를 먹었다고 하지를 않나, 음식에 대한 신뢰성이 쭉 떨어졌다.

 

선배가 퇴사 후 혼자 남게 되면서 집 앞에 파는 반미를 먹게 됐는데 6개월 정도 아침마다 먹었다.

 

나중에는 이것도 질려서 마트 가서 시리얼이랑 우유 사서 먹었다.

 

 

이 동네는 예전에 한식당이 있었는데 맛이 없다는 평이 자자해 망해서 간판만 남아 있었고  99.5% 정도는 정통

 

베트남 식당이었다. 저녁은 선배랑 같이 있을 땐 밖에서 먹었는데 주로 닭가슴살 볶음밥을 먹었고 다른 메뉴를

 

돌아가면서 먹었는데 개구리 구이-탕, 염소구이-탕, 토끼 불고기, 개고기 수육-구이-탕, 장어 구이-탕, 조개 구이-탕,

 

생새우(오도리) 등이 기억에 남는다. 돼지, 소, 닭은 흔하디 흔한 거였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는 롯데리아 가서

 

햄버거 먹거나 마트에서 재료 사서 파스타 해 먹기도 했다.

 

 

호치민에서는 주재원 초반 때 토요일 저녁은 동기들이랑 모여서 주로 베트남 음식을 먹으러 갔다.

 

아무래도 우선 그 나라 음식을 찾게 되는 거 같았다. 처음에는 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베트남어도 안 되니까

 

1군 중심지, 흔히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식당을 가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베트남어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동기들이

 

베트남 여자를 만나면서 괜찮은 식당을 알게 돼 점차 1군 외곽, 3군 등으로 멀어지게 됐다.

 

일요일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대충 먹고 점심은 쉐라톤 호텔 옆에 있는 일식집에 자주 갔는데 가게 입구부터 시작해서

 

내부까지 도라에몽으로 장식해놔서 우리는 도라에몽 식당이라 불렀다. 가깝기도 했고 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어서

 

자주 이용했다. (작년에 갔을 때 가게 위치가 변경됐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생각보다 없었다.)

 

저녁은 쉐라톤 옆 골목에 있는 인도 음식점을 갔다. 로컬 인도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한국 카레전문점에서 파는

 

카레들은 전부 다 쓰레기였구나 할 정도로 정말 맛있는 가게였다. 근데 몇 달 뒤에 갑자기 없어졌다.

 

동기들끼리 단체로 다닐 때 이렇게 먹었었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매일 먹는 게 베트남 음식이니까 호치민에서

 

베트남 음식을 분기에 1번 먹을까 말까 한 정도가 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식사 값의 양극화가 일어나게 됐는데

 

한 끼 싸게 먹을 때는 인당 만원 근처에서 먹다가 비싼 데 간다 싶으면 7~10만 원 나올 정도로 편차가 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