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베트남 주재원 (공장 소개 1)
다른 동기들은 다들 발령받은 곳으로 법인차 타고 떠났고 나만 혼자서 대기하다가 4시쯤에 렌터카 왔길래
타고 출발했다. 내가 발령받은 공장은 한국인이 1명밖에 없어 법인차는 따로 없고 렌터카 이용하고 있었다.
가다가 잠들었는데 중간에 잠깐 일어나보니 해가 져서 어두웠는데 도로에 가로등이 없어서 오로지 자동차 불빛에
의존해 가고 있었다. 마치 공포영화처럼 옆 창문에서 뭔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시간이 흘러 목적지인 사택에 도착했는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직사각형 베트남식 주택이었다. 외진 곳에 있진 않았고 주택가 밀집 지역에 있었다.
대문에 붙어있는 벨을 누르니 선배가 마중나와 반겨줬다. 2층 집이었는데 1층에는 거실과 부엌, 화장실, 방이 있었고
2층에는 방 2개와 화장실이 있었다. 2층 빈방을 쓰게 됐는데 웬만한 원룸보다 2배 정도 넓었다. 간단히 짐을 풀고
환영식 겸해서 선배가 맛집 있다며 택시타고 식당을 갔는데 솔직히...내 입맛엔 맞지 않아 그저 그랬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집에 와서 짐 정리 마무리하고 잤다.
다음 날 아침, 식사는 가볍게 쌀국수를 먹고 선배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출근했다. 주재원 초반 때는
택시를 선호했는데 나중에는 비올 때 빼곤 오토바이를 탔다.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라 호치민과 달리 매연이
거의 없어 출근하면서 상쾌한 공기를 쐬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업무시간이 7시~ 오후 4시 반이었는데 사무실 직원에게만 해당되고 현장직원들은 저녁 8시까지 잔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보통 5시 반이나 6시쯤 퇴근했고 뭔가 문제가 있거나 특별한 경우에는 8시에 현장 직원들과 같이 퇴근했다.
공장은 2동이 있었는데 편의상 1, 2공장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1공장을 지었고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추가로 공장이
필요했는데 짓진 않고 2공장을 임대해서 쓰고 있었다. 2공장이 메인이라서 여기로 출근했다.
1층은 현장, 2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사무실에 가서 직원들과 인사했다. 교육기간에 가볍게 만난 적이 있기에 구면이었다. 직원들은 소개하자면
나중에 나의 오른팔이 된 직원(2인자) - 공장 설립 때부터 내가 퇴사할 때까지 있었고 남자이며 6살 많았다.
화교라서 중국어에 능숙했다. 가끔씩 현장 중국 직원이랑 대화할 때 베트남어로 통역해줬고 아쉽게도 영어는 못 했다.
처음에는 총무 담당하고 있었는데 중국직원들이 퇴사하면서 사수의 지시에 따라 생산관리로 업무가 변경되었다.
공장에 있는 모든 베트남인 중에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았으나 내 월급의 반의 반도 안 됐다.
인사/회계/총무 총괄 직원
여자고 나보다 4살 많았다. 역시나 설립 때부터 있었던 직원이며 2인자와 부부관계였다. 생산 관련 업무 제외한
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옆 사무실에 있어서 결제 받으러 오거나 업무 상의할 때 빼고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성격히 굉장히 차분한 편이고 말을 조리 있게 잘했다. 부부가 나이 어린 공장장 컨트롤한다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 꽤 받았을 듯 했다.
자재 총괄 직원
여자, 2살 많았다. 내가 공장 발령받았을 때 5년 정도 일한 상태였다. 밑에 직원 2명 데리고 모든 자재를 총괄하고
있었다. 능력이 좋아서 거의 문제없이 본인 선에서 처리했으며 시킨 일뿐만 아니라 자기가 찾아서 했다.
가끔 본인 선에서 해결이 안 될 경우에 도와달라고 하면 내가 받아서 처리했다. 조금 급한 성격이었는데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말이 엄청 빨라지고 혼잣말할 때도 있었다.
인사 직원 / 회계 직원
둘 다 여자, 3살 어렸다. 옆 사무실에 있었고 결제 때 말고는 대화할 일이 없었다. 급여일 다가올 때 서류 작성한다고
야근했었다. 자기 몫 정도 하는 직원들이었다.
유지/보수 직원
남자, 3살 어렸다. 공장 내 시설물 수리 담당했다. 비슷한 나이대라 얘기도 많이 하고 퇴근 후 가끔씩 식당 가서 같이
밥 먹곤 했다. 한국인이랑 같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 물건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귀국할 때 이것저것 사 달라고
부탁했는데 금액이 크지 않아 돈 받기도 뭐해서 그냥 선물로 줬었다.
외주 공장 담당 직원
여자, 1살 많았다. 사무실 직원 중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외주 공장 사장들한테
소리 지르며 이야기했다. 기일을 안 지키거나 품질이 개판인 물건을 자주 납품했는데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곳을 구하려고 2인자 데리고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이거 때문에 현장에서도 나한테 찾아와서
하소연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사수한테 설명하고 사람 더 뽑아서 외주 공장을 일부 대체했다.
사무실 직원이 더 있었는데 내가 뽑은 직원들이 아니었고 중간에 퇴사해서 설명할 게 없다.
2인자 빼고는 다들 대학물 먹은 사람들이라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없었다. 처음에는 다들
내 이름 부르다가 선배가 퇴사하고 내가 공장장이 되면서 sếp ơi 라 불렀는데 경력도 얼마 안 되고 한국인이라서
그 자리에 올라간 건데 상급자 대우받는 게 뭔가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냥 이름 부르라고 했다.